2019년 4월 29일: PED 백신 접종 완료 후(PED 발생 2개월 후)“사장님. 새로운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왼쪽은 백신 접종 전, 오른쪽은 백신 접종 후 결과입니다(그림 1). PP (C)는 초산돈 초유, MP (C)는 경산돈 초유, PP (S)는 초산돈 혈청, MP (S)는 경산돈 혈청입니다. 먼저 중화항체(●) 수치를 보실까요? 검정색 실선은 PED 방어가 가능한 중화항체 수준을 의미합니다.백신 접종 전(왼쪽)에는 대부분이 방어 수준보다 낮았지만, 백신 접종 후(오른쪽)에는 모든 개체가 방어 수준 이
2018년 3월 15일. 모돈 1,500두 규모의 한 농가에서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었어.“검사결과가 나왔나?” “네. 예상대로 PED 양성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수를 써야 합니다.”“역시 인공감염을 해야겠지?” “그치만… 번식성적 피해가 상당할 텐데 괜찮을까요?(참고문헌 2)”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일단 자돈들이 죽는 것부터 막고 봐야지.” 농장은 즉시 계획을 행동에 옮겼어. 발병 초기 감염된 자돈의 소장을 갈아 후보돈, 모돈에게 먹였어. 효과는 확실했어. 2주 정도 지나자 건강한 자돈들이 태어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상
“백신의 효과가 우수하다면 왜 농장에서 PED가 사라지지 않을까?”“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질문을 하나 해볼게. PED 백신의 방어력이 100%라면 바이러스가 사라질까?”“사라지는 건 몰라도 돼지가 병에 걸리진 않겠지?”“과연 그럴까? 자~ 이해를 돕기 위해 모돈에게 100% 방어력을 가진 PED 백신을 접종했다고 가정해 보자. 원래 갓 태어난 자돈은 방어력이 없지만 모돈의 젖에 포함된 PED바이러스 항체 덕분에 포유기간 동안에는 병에 걸리지 않을거야.”“8편 〈참고문헌 1〉에서 다뤘던 유즙면역의 원리구나.” “정확해. 그러나, 그
“비상~ 비상~ 이것은 실제 상황이다. 소장에 PED바이러스가 침입했다. B 세포 클론부대는 지금 즉시 무장을 갖추고 림프관 경로를 따라 전투 위치로 이동하라.” 소장을 순찰 중이던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가 긴급 지령을 가져왔다.소장 인근에 위치한 림프절은 곧장 전시체제에 돌입한다. 이곳은 세균,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훈련시키고 양산하는 조직이다.침입자의 정보를 분석한 다음 PED바이러스를 정밀타격할 수 있는 전투형 B 세포(plasmablast)의 생산이 시작된다. 전투형 B 세포들은 자가복제
❙ 반수설사용량 (PDD₅₀, The median pig diarrhea dose)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수의학센터. 의료진으로 둘러싸인 수술대 위에는 마취된 임신모돈이 가로누워 있다.잠시 후 집도의는 아랫배 부근의 절개선 틈으로 검붉은 빛을 띄는 불투명한 막으로 감싸진 미끌미끌한 구조물을 몸 밖으로 끄집어냈다.이를 매스로 절개하니 발굽 모양이 보였다. 이 부위를 손으로 꽉 잡고 잡아당겼다. 밖으로 딸려 나온 것은 탯줄이 달린 살아 있는 자돈이었다.“돼지도 제왕절개를 하는 건 처음 알았네. 이게 원래 흔한 일이야? 뭔가 특별한 이유
Part 1. 2014년 1월 중순 대만.여기는 모돈 2,000두 규모의 양돈장. 이날 따라 분만사 자돈들의 상태가 이상했어. 피모가 노란색의 물설사로 흠뻑 젖어 있는가 하면, 입가에 심하게 구토한 흔적이 보였어. 순간 하나의 질병 이름이 머릿 속을 스쳤지.꼬꼬무 1편(돼지 몸의 수분을 모두 빼내 말려 죽이는 병)을 읽은 독자라면 쉽게 맞출 수 있을 거야. 절박한 마음으로 전화기를 손에 들고는 수의사의 긴급 방문을 요청했어. “PED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진을 위해 추가 검사를 해보시죠.”1월 18일. 국립 핑
“갓 태어난 자돈의 폐사율 최대 100%”어느 회사의 PED 백신 광고 문구야. 아마도 PED가 포유자돈에게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것을 모르는 양돈인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과연 이게 다일까? 2014년. 미네소타 대학교, 국립로사리오대학교의 합동 미팅. 연구진들은 새로운 연구 과제를 찾기 위한 아이디어를 교환 중이었어.“PED의 경제적 피해를 논할 때, 모두가 포유자돈의 폐사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저는 살아남은 돼지들의 생산 성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여기 일본에서 발표된 연구논문
사람에 의한 전파 자~ 모든 준비가 끝났어. 이제 시험 시작~~감염군에 있는 돼지들에게 감염되기 충분한 양의 PED바이러스를 먹였어. 2일 후 사람을 투입해서 45분간 돼지와 접촉시켰어. 이 과정에서 사람의 몸 곳곳에 돼지의 침, 콧물, 뇨, 변 등이 묻었을 거야.그 다음 손과 얼굴을 씻지 않고, 개인 장비(옷, 모자, 고무장갑, 장화) 등도 교체하거나 소독하지 않은 채로 낮은 차단방역군에 들어가. 또 다시 45분간 돼지와 접촉해. 낮은 차단방역군에 들어 있는 돼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 쉽지. 당연히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거야
❙ 릴레이 감염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코로나19 관련 글이야. 약 4,500만명의 국민이 2차 백신 접종을 마쳤고,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다녀. 손도 평소보다 열심히 씻고. 그런데도 대략 1,800만명의 확진자가 나왔어(2022년 5월 12일 기준). 코로나바이러스. 무서운 전파력을 가진 정말 지긋지긋한 녀석이야. 돼지의 코로나바이러스는 PED바이러스라고 불러(PED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지만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음). 그러나 그 피해는 코로나19보다 훨씬 커. 더 많이 죽고, 더 많이 걸리지. 출하차량 등을 통
2013년 봄, PED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미국을 강타했어(1장).불과 1년 만에 30개 주로 퍼져나가 약 50%의 번식돈군을 감염시켰어. 일부 농장의 포유자돈 폐사율은 무려 100%였대. 그야말로 치명적인 질병이었지.양돈농가의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어. 수백만 마리의 돼지가 죽어 나갔고, 살아남은 자돈들은 예전처럼 잘 크지 않았어. 모돈의 번식성적도 대폭 떨어졌지. “PED바이러스가 대체 어디서 온 겁니까?” 심각한 사안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어. 그도 그럴 것이 PED는 1971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지만
'월간 피그앤포크한돈' 2022년 5월호부터 '오현석 수의사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PED 이야기'(이하 꼬꼬무) 코너를 통해 연재를 시작한 (주)중앙백신연구소 오현석 수의사를 지난 6월 2일 만나 기고 배경과 앞으로의 집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다.가끔 전화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고 업계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자주 만나지 못한터라 오래간만의 만남은 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오현석 수의사는 꼬꼬무 시리즈가 독자들 사이에서 호응이 좋다고 얘기하자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기고에 대한
들어가는 글 인천 영종도에 가면 유명한 쌈밥집이 있다. 갈 때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야말로 추천 맛집이다. 그러나 수년 전 이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맛이 아니라 글이었다. “학이불사즉망(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고), 사이불학즉태(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반드시 가슴에 새기고 싶은 마음에 밥 먹으면서도 외우고 또 외웠던 기억이 난다. 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꼭 접하게 되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하면서 이론을